인터넷전문은행의 IT시스템 구축이 본격화됐습니다. 은행은 전통산업이지만, IT시스템의 도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산업입니다. IT는 은행에서 가장 중요하고,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 핵심 분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최초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K뱅크와 카카오뱅크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들은 특히나 오프라인에 기반을 두지 않은 인터넷전문은행이기 때문에 IT시스템의 중요도는 기존 은행보다 몇 배 클 것입니다. 이 때문에 두 인터넷전문은행이 어떤 IT환경을 선택할지 업계의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최근 본격적으로 IT시스템 구축 프로세스를 밟기 시작했습니다. 두 인터넷전문은행이 선택한 IT환경을 비교해 볼까요?
서버 : 검증 택한 K뱅크, 도전 택한 카카오뱅크
일단 가장 기본적이라고 볼 수 있는 서버 컴퓨터와 운영체제가 서로 엇갈렸네요. K뱅크는 유닉스 기반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고, 카카오뱅크는 리눅스 기반으로 개발할 예정입니다. 이는 K뱅크의 경우 IBM, HP 등이 공급하는 중대형 컴퓨터 위에서 시스템을 돌리고, 카카오뱅크는 X86 프로세서를 탑재한 범용 서버를 연결해서 IT환경을 만든다는 이야기입니다.
유닉스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반면 비싸고 개방성에 제한이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리눅스 시스템은 시스템 자체의 안정성 면에서 아직은 약간 의구심이 있기 때문에 여러 컴퓨터를 서로 보완하는 형태로 구축될 전망입니다.
카카오뱅크는 리눅스와 X86시스템 조합을 선택
기존 국내 은행은 대부분 유닉스 기반으로 거래가 진행됩니다. 아직 리눅스 기반으로 계정계(고객의 거래처리를 위한 핵심시스템)를 운영하는 기업은 국내에 없습니다. 카카오뱅크가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최초의 사례로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K뱅크는 검증된 안전한 길을 선택한 반면, K뱅크는 리스크를 다소 감수하더라도 더 유연성 있고 비용효율적인 길을 나섰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코어뱅킹 : 국산 SW 선택한 K뱅크, 기존 혁신을 구매한 카카오뱅크
이번에는 두 인터넷전문은행의 코어뱅킹 솔루션을 살펴보죠. 코어뱅킹(core banking)은 금융기관이 고객과 거래하는 여수신 및 외환시스템 처리 ‘계정계’용 IT시스템을 말합니다. 은행이 차세대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IT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말이 곧, 코어뱅킹을 교체한다는 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핵심 중의 핵심 소프트웨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코어뱅킹 솔루션도 두 회사는 다른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이번에는 K뱅크가 다소 모험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K뱅크는 뱅크웨어글로벌이라는 국내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의 코어뱅킹 솔루션을 탑재하게 됩니다.
logo기존 은행들은 일반적으로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의 코어뱅킹 솔루션을 고가에 구매하거나, 금융 프레임워크 기반으로 자체 개발하기 때문에 국내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의 코어뱅킹 솔루션을 구매한다는 것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뱅크웨어글로벌의 코어뱅킹 솔루션은 알리바바의 인터넷전문은행인 마이뱅크가 사용하고 알리페이에도 적용돼 이미 검증된 소프트웨어입니다.
카카오뱅크는 매우 색다른 전략을 택했습니다. 전북은행의 IT환경을 그대로 이식하기로 한 것입니다. 전북은행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는 2012년 2월에 시작해 20개월 동안 진행된 사업으로, 그 당시에 매우 혁신적이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unnamed카카오뱅크는 올해 안에 프로젝트를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20개월을 투자할 수 없습니다. 전북은행이 개발해 놓은 혁신적인 시스템을 그대로 구매해서 이식하면 시스템 구축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보입니다. 앞서 광주은행도 전북은행의 IT시스템을 이식해 단시간에 차세대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바 있습니다.
계정계 DBMS : 역시 오라클을 벗어날 수 없었다
K뱅크와 카카오뱅크 IT시스템의 공통점도 적지 않습니다. IT시스템을 구축할 때 가장 중요한 소프트웨어인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은 두 은행 모두 오라클 DB를 선택했습니다.
한 때 인터넷전문은행은 계정계 DB로 국산 DB나 오픈소스 DB를 도입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역시 계정계에 국산이나 오픈소스 DB를 사용하는 것은 아직 지나치게 모험적이라는 판단을 한 듯 보입니다.
Oracle-12c-pluggable-database오라클은 매우 비싸지만 성능과 안정성 면에서 이미 검증된 소프트웨어죠.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국내 거의 모든 은행은 오라클로 계정계 DB를 운영 중입니다.
오라클은 비싼 가격과 높은 유지보수요율 때문에 기업들로부터 원성을 많이 듣는 회사인데요, 제품의 품질이 월등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미워도 다시 한 번 오라클’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다만 계정계가 아닌 다른 시스템은 오픈소스 DB 등 다른 대안 소프트웨어가 들어갈 예정입니다.
개발언어 : 인터넷전문은행 자바 전성시대
두 회사 모두 자바를 개발언어로 선택했다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자바는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때 매우 많이 사용되는 언어이지만, 금융권에서의 활용도는 높지 않았습니다.
Java_logo기존 은행의 IT시스템은 주로 코볼이나 C언로 개발돼 있습니다. 메인프레임에서 주로 코볼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고, 유닉스로 옮겨오면서 그 애플리케이션을 그대로 다운사이징 했기 때문입니다.
K뱅크가 자바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은 뱅크웨어글로벌의 코어뱅킹 솔루션이 자바로 개발됐기 때문이고, 카카오뱅크는 전북은행 IT환경이 자바이기 때문에 자바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북은행은 국내 최초로 코어뱅킹 시스템에 자바를 도입해 주목을 받았었습니다.
자바로 개발하는 것은 개발인력 수급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국내에 자바 개발자는 넘쳐 나지만, 은행 계정계 시스템 개발 경험이 있는 자바 개발자는 많지 않기 때문이죠.
전북은행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 주 사업자였던 LG CNS는 당시 자바 개발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델 주도형 아키텍처’라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개발자가 직접 소스코드를 쓰는 것이 아니라 로직을 만들면 자동으로 소스코드가 작성되는 방식입니다.
K뱅크와 카카오뱅크에는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본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IT시스템을 미리 구축해 놔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회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정부는 하반기 인터넷전문은행 본인가를 내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렇다면 IT시스템 구축이 그 전에 끝나야 합니다.
두 회사가 패키지 코어뱅킹 솔루션을 도입하거나 전북은행 IT환경을 이식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프로젝트 기간을 최대한 줄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은행 차세대 프로젝트는 1년 6개월 이상 소요됩니다. 과연 두 은행이 정부의 일정에 맞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출처 : https://byline.network/2016/04/1-116/